학생 수 늘려라… 美 대학들 '맨해튼 프로젝트'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센트럴파크를 연결하는 중심 도로인 5번 대로와 44번가 교차로 코너는 지난 4월부터 짙은 녹색 가림판으로 덮여 있다. 최근 이곳을 찾아보니 가림판 위에는 ‘아델피(Adelphi) 대학교가 2026년 문을 엽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내부에서는 리모델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본캠퍼스가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아델피대는 간호학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이다. 그런데 이 대학은 이 건물 세 층을 임차해 리모델링한 뒤 내년부터 ‘맨해튼 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이 경제·문화 중심인 맨해튼에 앞다퉈 캠퍼스를 열고 있다. ‘아이비리그’(동부 지역 최고 명문)는 아니지만, 특정 과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거나 지역의 강호로 평가받는 대학들이 그 대열 맨 앞에 서있다.

테네시주(州) 내슈빌에 위치해 ‘남부의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밴더빌트대도 지난해 맨해튼의 핫플레이스인 첼시 지역에 캠퍼스를 낸다고 밝혔다. 원래 신학대였던 건물을 99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고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사추세츠 보스턴에 본교를 둔 노스이스턴대가 맨해튼 어퍼 이스트에 있던 메리마운트 맨해튼 칼리지와 합병하며 맨해튼에 새로 캠퍼스를 냈다. 이런 흐름은 2017년 명문 코넬대가 맨해튼 루스벨트 아일랜드에 ‘코넬 테크’라는 석사 중심 분교를 내면서 시작했다.

대학들이 미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높은 임차료를 각오하고 맨해튼을 주목하는 이유는 대도시라는 위치상 매력으로 더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고, 타 대학과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아델피대의 경우 지난 4월 맨해튼 캠퍼스 소식을 전하면서 “브라이언트 공원과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졌다(just steps)” “뉴욕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표현을 써 가며 지역적 장점을 강조했다. 밴더빌트대도 “성장이 빠르고 잠재력 높은 지역에서 기회를 모색하려고 한다”고 했다. 학생 수 감소를 우려해 맨해튼 등 대도시에 캠퍼스를 내 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 전역의 대학들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했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학생들이 쇼핑하고 돈을 쓰게 했지만, 학생 붐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다만 맨해튼 진출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칼레도니안대는 2013년 맨해튼에 캠퍼스를 열었지만 뉴욕 교육 당국에서 인가를 받는 데 4년이 걸리고, 인가받은 후에도 충분한 학생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이 대학은 “비싸고 쓸모없는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은 끝에 2023년 6월 스페인 IE 대학에 캠퍼스 운영권과 인가권을 넘겨줬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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