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그만 털어" 美 대학가 '안티독싱' 도입
아이비리그(미국 북동부 명문 사립대 8곳) 중 하나인 예일대가 이메일 주소·전화번호·집 주소 등 개인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올릴 경우 강력하게 처벌하는 ‘안티 독싱(anti-doxxing·신상 털기 금지)’ 정책을 시행한다. 타인의 개인 정보 무단 공개를 사실상의 범죄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독싱은 ‘문서(documents)’를 뜻하는 ‘독스(docs)’에서 유래한 말로, 개인 정보를 온라인에 무단으로 유포하는 ‘신상 털기’를 의미한다.
8일 예일대 학보인 ‘예일 데일리 뉴스’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최근 “학교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안티 독싱 정책을 채택한다”고 공지하고 “무단 개인 정보 공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 학교 경찰에 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최근 아이비리그 대학과 스탠퍼드대 등 동·서부 유명 사립대를 중심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신상 정보가 무차별로 유포되자 각 대학이 잇따라 제도적 규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일대가 안티 독싱을 제도화한 것은 학생회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다. 학생회는 “각종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온라인에서 협박을 받는 등 학교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학교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대학가에서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한 뒤부터 반(反)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겨냥한 신상 털기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하버드대·컬럼비아대·코넬대 등 학교들이 안티 독싱 정책을 발표하거나 관련 지침을 개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름과 사진을 붙인 트럭이 캠퍼스에 돌아다니고, 일부 웹사이트에 학생들의 개인 정보가 공개돼 일부 학생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면서 미 대학뿐 아니라 정부 인력을 대상으로 한 신상 털기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올해 1월 이후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의 신상 정보 무단 유포 사례가 830% 급증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놈 장관의 경우 지난달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워싱턴 DC 자택 위치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되면서 살해 위협이 급증했고 군인 주택으로 옮겨야 했다. 국토안보부는 법무부에 “신상 털기 혐의가 있는 사람은 전원 무관용 기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입법부에서는 안티 독싱을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6월 공화당 마샤 블랙번(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은 수사나 이민 단속 작전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경찰 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람을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게 하는 ‘안티 독싱 법안’을 발의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