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치러진 美·中 대학입시… "두 시험에 목숨 건 학생들은 전부 중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 날짜가 겹쳤는데, 두 시험에 목숨 건 학생들은 전부 중국인이네요.”

중국의 가오카오(高考·중국 대입시험)와 미국의 SAT(미국 대입 자격 시험)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7일 치러지자 베이징의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이런 농담을 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됐다. 중국 고등학생들의 국내외 대학 입학 관문이 좁아졌다는 것과 중국인들의 교육열이 그럼에도 뜨겁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올해 1335만 명이 취업난을 뚫는 ‘명문대 티켓’을 얻기 위해 나흘 간의 가오카오에 뛰어들었다. 인구 감소로 응시생 수가 전년보다 7만 명 감소했지만, 4년제 대학 입학률은 예년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의 4년제 대학 입학률은 2022년 39.9%, 2023년 37.8%, 지난해 33%로 매년 낮아졌고 올해는 32~33% 수준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손꼽히는 100여 개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응시생은 전체의 4%에 불과할 전망이다.

7일 가오카오가 열린 베이징에서는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응시생들을 위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화려한 응원(花式送考)’ 열기가 달아올랐다. 차오양구(區)의 한 시험장 문 앞에는 붉은색 치파오(전통 원피스)를 입은 어머니들이 모여 자녀들을 응원했다. 치파오의 치(旗)는 한자 성어 ‘치카이더성(旗開得勝·군대가 깃발을 펼치자 승리를 얻는다)’의 첫 글자와 같다. 베이징청년보는 “올해는 녹색 치파오가 ‘주행 내내 초록불(一路绿灯)’이란 의미를 담고 있어 인기가 높아졌다”고도 했다.

해바라기를 들고 있는 교사들도 많았다. ‘해바라기를 들다(擧葵)’란 말이 ‘단번에 장원급제(一擧夺魁)‘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나온 응원 방식이다. ‘즈딩넝싱(指定能行·반드시 성공한다)‘이란 뜻의 보라색 속옷(紫腚·보라색 엉덩이)은 일부 대도시 매장에서 일주일 동안 판매량이 10배 이상 급증했다. 학부모 왕모(53)씨는 “대학 졸업장만으로 취업이 어려운 시대지만, 명문대 졸업장이 없으면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국가의 인재 육성 방향을 보여주는 가오카오 제도는 올해도 ‘과학기술 우선’ 기조가 강화됐다. 신(新)가오카오가 네이멍구, 쓰촨, 윈난 등 8개 지역까지 확대되며 사실상 전국 도입을 완료한 것이다.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수학 과목 또한 통합형으로 출제하는 방식이다. 2014년 상하이·저장성 등 동부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모든 응시생들의 이과 학습 수준을 높이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의 유학 준비생들이 같은 날 ‘SAT 고득점’에 사활을 걸었다.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인의 미국 유학길이 좁아질 수록 고득점을 노리는 학생들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달부터 베이징과 상하이의 SAT 학원에서는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속성반이 속속 개설됐다. 매년 6~8회 전 세계 각지에서 치러지는 SAT시험은 중국 본토에 시험장이 없어 중국 국적 학생은 싱가포르, 한국 등으로 가서 원정 시험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SAT 응시자의 40% 정도(약 6만 명)가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 대학 학부의 중국인 유학생 수 또한 34만2875명으로 전체 외국 유학생의 26%에 달한다.

다만 중국 중산층 가정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무리해서 미국에 보내던 시절은 저물고 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사태가 발생하는 등 ‘미국 유학 리스크’도 커졌다. 중국 정부도 더 이상 공무원 채용에서 미국 유학파를 우대하지 않는다고 미국의소리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학입시 방식은 인재에 대한 두 나라의 상반된 입장도 보여준다. ‘글로벌 인재 유치국’인 미국은 다면적 평가와 유연한 기회를 통해 잠재력을 발굴하는 여유를 부리는 반면, 미국의 기술 봉쇄에 맞서 천재 육성에 전념하는 중국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재를 걸러내는 ‘과거 제도’를 고수한다. 가오카오는 단 한 번의 기회지만, SAT는 1년에 6~8회 전 세계 각지에서 치러지는 것만 봐도 차이가 크다. 중국인들은 평생 가오카오 점수를 입에 달고 살지만, 미국인에게 SAT 성적은 고등학교 내신과 대외활동 등 여러 성과의 한 부분으로 치부될 뿐이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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